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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칼날, 한국 반도체는 어디로 가나

  • 노영윤 기자
  • 입력 2026.08.28 03:35
  • 조회수 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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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넘어 대한민국 수출경제의 문제다
  • ― 관세를 ‘세금’이 아닌 ‘미국 투자 압박 카드’로 읽어야

미국발 반도체 관세의 먹구름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관련 기술제품을 대상으로 한층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번 움직임을 단순히 미국이 외국산 반도체에 세금을 더 물리려는 정책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는 세계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산업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반도체 칩에서 노트북·서버까지…관세 전선 확대되나

2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검토되는 방안 가운데는 관세 적용 범위를 반도체 칩 자체에서 노트북, 게임기, 데이터센터 서버 등 반도체가 사용되는 기술제품으로 확대하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외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와 관세 감면을 연계하는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새로운 관세를 한꺼번에 적용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 중인 정책의 세부 내용은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크게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특정 관세율이나 적용 시점을 확정된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 관세의 진짜 목적은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압박인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관세율 그 자체보다 관세 감면과 미국 내 투자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사업하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사실상 하나의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하라.”

이러한 구조가 현실화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경쟁 기준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기술력, 생산수율, 가격경쟁력과 공급능력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느 나라에 얼마만큼 생산시설을 구축했느냐가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라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자산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AI 시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한민국 수출과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분야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반도체와 반도체 파생제품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직접적인 관세 부담뿐 아니라 생산기지 재편과 추가 대미투자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앞서 한미 협상에서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최혜국 수준 대우 문제가 논의돼 왔다는 점도 향후 관세 적용방식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한국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는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성급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어떤 조건으로 적용받느냐이다.

 

■ 더 큰 문제는 ‘한국에 남을 투자’다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확대하면 그만큼 국내 투자 여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문제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비·소재·부품기업이 따라 움직이고 고급 연구인력과 협력기업, 물류와 연구개발 생태계가 함께 형성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반도체 공장은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바라보면서 한국 정부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안에서 연구개발과 최첨단 생산시설, 관련 일자리와 협력기업 생태계가 계속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미국에도 관세는 양날의 검

반도체 관세가 미국에 반드시 유리한 결과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관세 적용 범위가 노트북과 서버 등 완제품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된다면 미국 기업들의 부품·장비 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AI 산업에서는 서버와 반도체 가격 상승이 결국 AI 인프라 구축비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도 관세의 범위와 시행 속도, 투자기업에 대한 예외조치 등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대한민국은 이제 ‘관세 방어’를 넘어 산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이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사이에 서 있다.

 

미국은 공급망의 자국화를 추진하고 중국 역시 반도체 자립에 막대한 국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단순히 미국의 관세 발표가 나올 때마다 대응책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장기적인 국가 반도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한국 기업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대미투자가 관세상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전력·용수·인허가·연구인력·세제지원과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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