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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미란 실종사건, 경찰은 무엇을 했나? 초동대응·허위 종결 의혹까지

  • 노영윤 기자
  • 입력 2026.08.25 05:10
  • 조회수 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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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B한국방송 | 기자수첩·사회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37) 씨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초동 대응과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수색이 늦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실종자의 행적을 확인할 핵심 자료였던 CCTV 118대의 영상이 보존기간 만료로 모두 삭제될 때까지 경찰이 이를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에게는 실종 사건을 사실과 다르게 종결한 혐의까지 제기됐다.

 

결국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실종 104일 만에 숙소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실종 당시 살아 있던 CCTV 118대

장 씨의 실종 추정일은 지난 5월 13일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림읍 일대에는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의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총 118대의 CCTV가 있었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5월 15일 당시에는 이들 영상이 보존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해당 CCTV의 영상 보존기간은 30일이었고, 제주도에 따르면 영상은 6월 11일부터 19일 사이 보존기간 만료에 따라 자동 삭제됐다.

 

그런데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CCTV 영상 열람을 공식 요청한 것은 8월 19일이었다.

실종 추정일로부터 98일, 최초 신고일로부터 96일이 지난 뒤였다. 영상이 모두 삭제된 6월 19일을 기준으로 해도 61일이나 지난 시점이다.

 

CCTV를 누가 '삭제'한 사건은 아니다

여기서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CCTV 영상을 직접 삭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주도는 영상 보존기간 30일이 지나 시스템상 자동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경찰이 영상을 삭제했느냐'가 아니라,

"왜 영상이 존재할 때 확보하지 않았느냐"에 있다.

 

실종사건에서 CCTV는 실종자의 마지막 동선과 이동 방향, 차량 탑승 여부, 제3자와의 접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자료다.

 

더구나 CCTV 영상은 영구 보존되는 자료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실종 신고 초기 영상 확보 여부는 단순한 행정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더 충격적인 것은 '허위 종결' 의혹

사안은 CCTV 확보 실패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경찰청은 장 씨 사건을 포함해 실종 사건 2건을 사실과 다르게 종결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에 대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경찰관은 실종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수사를 통해 이러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문제의 성격은 더욱 무거워진다.

 

실종사건의 종결은 단순히 전산상 한 건의 업무를 끝내는 행위가 아니다. 

 

종결 이후 적극적인 추적과 수색이 중단되거나 약화될 수 있고, 그 사이 시간이 지나면서 CCTV·목격자 기억·통신 및 이동 관련 자료 등 중요한 단서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104일 뒤, 숙소에서 불과 400여m

결과는 참담했다.

 

장 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실종 104일 만에 장 씨가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약 400m 떨어진 야자수 농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과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면서 초기 수색 범위와 수색 방식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400m라는 거리는 국민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최초 신고 당시 제대로 수색했다면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인가."

 

"CCTV 118대의 영상을 즉시 확보했다면 장 씨의 마지막 행적을 더 일찍 확인할 수 있지 않았는가."

 

이 질문에는 감정적인 비난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객관적인 답변이 필요하다.

 

경찰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내서는 안 된다.

경찰은 해당 담당자의 개인적인 직무유기 여부를 밝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실종사건이 한 경찰관의 판단만으로 사실상 종결될 수 있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사건을 종결할 때 상급자의 확인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장기실종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한 재점검 절차가 있었는지, CCTV 보존기간 만료 전에 자동으로 영상 확보 필요성을 알리는 체계가 있었는지까지 조사해야 한다.

 

특히 다음 사항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최초 신고 직후 어떤 초동조치가 이뤄졌는가. 담당자는 왜 CCTV 118대의 영상을 확보하지 않았는가. 실종사건 종결 과정에서 어떤 보고와 결재가 이뤄졌는가. 

 

 

상급자와 지휘라인은 종결의 적정성을 확인했는가. 초기 수색은 어느 지역까지 어떤 방식으로 실시됐는가.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발견 장소가 초기 수색에서 빠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유사한 방식으로 종결된 다른 실종사건은 없는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재발 방지다.


실종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CCTV는 삭제되고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진다. 현장의 흔적도 사라진다.


따라서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때 위험성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증거부터 보존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을 특정 경찰관 한 사람의 일탈로 정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청 차원의 특별감찰 또는 독립성이 확보된 조사를 통해 최초 신고 접수→담당자 배정→CCTV 확보 판단→수색→사건 종결→재수사의 전 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주변 CCTV 영상을 우선 보존하도록 요청하고, 종결 전 복수의 경찰관 또는 상급 책임자가 확인하는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는 순간은 가족의 힘만으로 더 이상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다.

그 마지막 기대가 국가기관인 경찰이다.

 

이번 사건에서 CCTV 118대가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더 무거운 것은 영상이 사라질 때까지 왜 아무도 붙잡지 못했느냐는 질문이다.

 

경찰관 개인의 형사책임은 수사와 사법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경찰은 답해야 한다.

 

왜 최초 신고 당시 존재했던 CCTV를 확보하지 못했는가.

 

왜 실종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이 종결됐는가.

 

왜 104일이 지난 뒤 숙소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경찰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묵묵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 경찰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업무처리와 제도적 허점이 있었다면 분명하게 밝히고 고쳐야 한다.

 

경찰의 신뢰는 제복이나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가장 절박한 순간에 국가가 끝까지 자신을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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