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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1987년 체제’의 수명을 묻다… 국민투표법 개정,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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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3 05:04
  • 조회수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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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와 소통하고 AI가 산업을 주도하는 2026년을 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 소프트웨어인 ‘헌법’은 여전히 삐삐조차 없던 1987년에 멈춰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국민투표법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1년째 방치되어, 사실상 ‘법률적 식물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의장이 2월 임시회 연설을 통해 "설 전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을 완료하고, 개헌의 문을 열자"고 호소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절박한 경고다.

 

선진국은 ‘수선’하며 입는데, 우리는 ‘박제’된 옷만 고집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헌법을 ‘성역’이 아닌,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고쳐 쓰는 ‘실용적 규범’으로 대한다.

독일의 경우를 보자. 독일 기본법(헌법)은 1949년 제정 이후 통일 과정을 포함해 60회 이상 개정되었다. 연평균 1회 가까이 헌법을 손질하며 시대의 요구인 환경권, 동물권, 디지털 기본권 등을 즉각 반영해왔다. 반면, 한국은 39년째 단 한 글자도 고치지 못했다. 이는 헌법의 안정성이 아니라,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인한 ‘헌법의 동맥경화’다.

 

아일랜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갈등 해결의 도구’로서 개헌과 국민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한다. 아일랜드는 2010년대 들어 낙태죄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 극심한 사회적 갈등 사안을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와 연계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로 해결했다.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헌법에 반영함으로써 사회적 대통합을 이뤄낸 것이다.

 

‘국민투표’는 위기 대응의 글로벌 스탠다드

국회의장이 언급했듯,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외교·국방 등 국가 안위와 직결된 긴급 사항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추세다. 스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역시 의회 권력의 독주를 막거나 국가의 중대 진로를 결정할 때 국민투표를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국가 안보나 통일, 혹은 개헌이 필요한 긴급 상황이 닥쳐도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 투표인 명부 작성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아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집에 불이 나도 소화기가 없어 끄지 못하는 꼴이며, 주권자인 국민의 입을 법으로 틀어막고 있는 격이다.

 

‘최소 개헌’으로 첫발 떼야… 5.18 정신과 지방분권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려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의장이 제안한 ‘최소 수준의 개헌’은 현실적이고 타당하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통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국회의 비상계엄 승인권 명문화는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헌정 중단 시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 발전은 프랑스가 2003년 개헌을 통해 헌법 제1조에 "프랑스의 조직은 분권화된다"고 명시하며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생존의 문제다.

 

설 전 국민투표법 개정, 국회의 존재 이유 증명해야

시간이 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이번 2월 임시회, 늦어도 설 연휴 전까지는 국민투표법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이는 여야의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참정권을 볼모로 잡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국회는 더 이상 낡은 헌법 뒤에 숨지 마라. 11년 묵은 국민투표법 공백을 메우고, 선진국들처럼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쳐 쓸 수 있는 ‘길’을 열어라. 그것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준엄한 명령이다.

 

(KJB한국방송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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