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이 선고됐다. 검찰(특검)이 구형한 15년보다 무려 8년이나 더 무거운 형량이다. 법원은 선고 직후 그를 법정 구속했다. 사법부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보다 '단죄'의 필요성을 더 시급하게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명백한 '내란'으로 규정했고,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이를 막기는커녕 국무회의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던 행위를 '내란 중요 임무 종사'로 못 박았다.
징역 23년이라는 이례적 중형이 갖는 의미는 명확하다. "위헌적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공직 사회에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통용되어 왔다. 최고 권력자의 지시라면 그것이 설령 법리에 어긋나더라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충성'으로 포장해 온 구태가 존재했다. 한 전 총리 역시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로 항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단호히 배격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비서가 아니라, 헌법을 수호하고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헌법 기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원의 지적대로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의결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시민과 군인들에게 계엄이 합법적이라는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단순한 방조를 넘어 내란의 성공을 돕는 결정적인 '트리거' 역할을 한 셈이다. 만약 그가 그 순간 직을 걸고 계엄의 부당함을 외쳤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판결은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거나 수사 중인 12·3 사태 관련자들에게도 서늘한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이제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 사법부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국기문란 사범에게 관용은 없음을 천명했다. 구형보다 높은 선고 형량은 사법부가 국민의 법 감정과 헌법 정신을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덕수 전 총리의 구속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에게 던지는 '반면교사(反面敎師)'다.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에 동조한 대가는 참혹하며, 역사의 법정은 물론 현실의 법정에서도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의 이번 결단을 환영한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너진 시스템을 정비하고, 헌법 정신을 사회 곳곳에 다시 뿌리내리는 일이다. 23년의 징역형, 그 무거운 숫자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견고한 방파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KJB한국방송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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