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 순직한 소방관은 말이 없고, 책임 있는 소방청은 침묵하고 있다 -

 

2021년 6월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그 후 6개월이 채 가기도 전에 2022년 1월 16일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 냉동창고 화재현장에 소방관 3명이 또다시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재난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0여명으로 한 해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9명이 발생했다.

 

평택 화재현장 순직사고가 시나브로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소방청은 그 어떤 실질적인 대응방안도 그리고 진상조사에 대한 그 어떤 결과도 내어 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안타까운 소방관의 죽음은 계속 발생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현장에서 쓰러져 간 소방관의 죽음을 예견 할 수 없는 소방관의 운명으로 돌릴 것인가! 소방청은 이제 숨기지 말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소방관의 사망은 운명인가 아니면 사고인가!

 

하위직 소방관에게 기관장은 직속상관이라며 지금도 거수경례와 상관에 대한 예절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거수경례를 받는 직속상관은 당신의 소속 직원의 순직에 대한 책임은 직접적인 책임인가, 아니면 도의적 책임인가!

 

지금 일선 기관장과 소방청은 행태는 도의적 책임은 커녕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10년 간 50여명의 순직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청은 무엇을 했고, 하고 있는가? 시도에서 발생한 사고사례교육, 위험예지훈련 등 이런 미시적인 대응으로 순직사고를 얼마나 예방 할 수 있을까!

 

재난현장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활동하는 소방관과 그와 관련된 사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 이러한 빈번한 사고와 중차대한 사고의 접근에 있어 똑같은 관점과 똑같은 접근법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순직사고 등 중차대한 사고는 미시적인 접근이 아닌 거시적 접근의 필요성과 근본적 안전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절체절명의 현 상황을 인식하여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소방청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현장 소방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국민들은 소방을 생각하면 재난현장을 먼저 떠 올릴 것이다.

 

재난현장에서 땀 흘려 활동하는, 검은 연기와 화마에 맞서 싸우는 소방관의 모습.

그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소방관이 훗날 재난현장 지휘관의 위치에 오르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캡처.PNG

사진/네이버이미지

죽음의 순간을 직감하고 대처 할 수 있는 위험감수성은 교육으로 그리고 시물레이션 영상체험으로 얻기엔 한계가 있다. 위험감수성은 현장에서 위험을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포 능력이다. 그러한 경험을 몸소 겪은 지휘관이 재난현장을 지배 할 수 있을 때 현장소방관의 순직사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방청은 이러한 순직사고가 마치 열악한 장비의 부족, 완전한 국가직으로 가지 못해 발생한 사고인 양 포장해서는 안 될 것이며 순직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내부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여야 하며,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일 것이다.

 

국민들은 현장의 소방관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조직내부도 현장소방관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존중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길이 외부적으로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조직이, 내부적으로는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조직의 오명을 씻어내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소방청은 소방관 순직사고 발생 빈도보다 더 활용도가 떨어지는 대용량포방사시스템 및 소방정(선박) 도입 등 외연의 확대에 치중하기 보단 조직 내 현장소방관들의 안전 등 내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내실을 다지며 서로의 신뢰를 회복해 건전한 조직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될 때임을 자각해야 한다.

다시 한번 소방청에 요구한다.

 

당신의 조직에 속한 소방관도 멈출 수 있는 심장을 가진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현장소방관의 처우개선과 순직사고를 예방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들과 현장소방관들은 소방청이 현장 소방관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현장 소방관이 재난현장을 지배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평택화재 순직사고 추모제 및 규탄집회에서 울부짖었던 우리들의 영웅 그대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본다.

 

송탄소방서 고 이형석, 고 박수동, 고 조우찬.

그 이름 하나하나를 우리들의 가슴속에 새긴다. 부디 영면하십시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울산소방지부장 김동욱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고] 심장이 멈추기 전 촌각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를 원망할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