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13년의 역사, 정동에서 우리의 갈 길을 찾다
1897년 10월 12일, 고종은 근대적 자주독립국가임을 세계에 알리고자 환구단에서 황제즉위식을 거행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하였다. 황제즉위식을 위한 어가행렬 앞에는 태극기가 먼저 가고, 고종황제는 황룡포에 면류관을 쓰고 금으로 채색한 연(輦)을 탔다. 경운궁에서 환구단에 이르는 길가 좌우로 어가를 호위한 군사들의 위엄은 장대하였다. 황단에 임하여 제를 지내고 환어한 황제에게 만조백관이 예복을 갖추고 나아가 하례를 올리며 즐거워하였다. 황제폐하께서 황제위에 나아가심을 선고하시고 각국 사신들이 다 하례를 올렸다.
- <독립신문> 1897년 10월 14일 논설 발췌 정리 -
비록 13년이란 짧은 시간에 막을 내렸지만 대한제국의 역사는 국권회복과 국민국가를 태동시킨 개혁의 역사다. 자주독립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했던 19세기 ‘대한제국’의 역사가 덕수궁과 정동길을 중심으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옛 국세청 별관부지 인근을 아울러 120여년 만에 부활한다.
덕수궁과 정동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원공간이다. 개항 후 덕수궁 뒤편으로 각국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외교타운이 됐고,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교회, 병원, 근대식 교육기관이 세워지면서 근대화의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정동하면 덕수궁 돌담길로 기억되는 정도다. 정동의 역사자원도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영국과 러시아 공사관, 정동제일교회, 성공회성당, 배재학당, 이화학당, 그리고 이대병원의 전신인 보구여관 등이 바로 대한제국 시기에 정동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시는 대한제국이 선포됐던 1897년 그날인 10월12일(수) ①역사재생 ②역사명소 ③역사보전, 3대 전략으로 구성된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제국13」을 발표했다.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를 점검, 종합재생하고 보행길을 통해 명소화하며, 나아가 자원과 장소성을 보전해 현세대 및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첫째, 역사재생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거점공간 2곳(▴서소문청사 ▴옛 국세청 별관부지)을 신설하고, 이 거점과 기존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들을 연결한 5개 코스, 2.6km의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Korean Empire Trail)'을 조성하는 것이다.
※ ‘대한제국의 길’ 5개 코스
▴1코스_배움과 나눔(성공회성당, 세실극장, 영국대사관 등)
▴2코스_옛 덕수궁역(구세군 중앙회관, 선원전 터, 구 러시아공사관)
▴3코스_외교타운(미국대사관,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정동교회, 중명전 등)
▴4코스_신문화와 계몽(광무전망대,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등)
▴5코스_대한제국의 중심(환구단, 서울광장, 시민광장 등)
'대한제국의 길'은 대한제국 시대 외교타운을 이뤘던 구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 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 개소를 아우른다.
특히, 대한제국의 출발을 알리는 환구대제가 거행된 주요 공간임에도 그동안 접근성이 낮아 방치됐던 '환구단'(프레지던트호텔 옆)과 서울광장을 잇는 횡단보도가 이날 개통된다. 이로써 대한문에서 환구단에 이르는 최단경로 보행로가 조성, 덕수궁과 환구단을 연결하는 대한제국 시기의 길이 다시 연결됐다.
'환구단'은 1897년 고종이 황제 즉위식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일제에 의해 해체된 후 현재는 석조대문 등 일부만 보존돼 있다. 1967년 사적 제157호로 지정됐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는 시민에게 열린 새로운 경관거점이 된다. 현재 13층에 있는 전망대를 15층으로 이전하고 옥상과 연결,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광무전망대'를 설치한다. 또, 1층에서 전망대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용편의를 높인다.
서소문청사 주차장 출입구는 기존 덕수궁 돌담길에서 서소문로 방향으로 변경, 덕수궁 돌담길(대한문~정동분수대)로의 차량진입을 줄이고 보행환경을 개선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행자전용거리(평일 11:30~13:30)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주차장 출입구를 이전하면서 확보한 주차관리공간은 대한제국 시기에 건립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판매점인 '손탁호텔' 풍 카페로 조성, 역사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감도 : 자료 서울시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오는 '18년 6월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연면적 2,899㎡)으로 거듭난다. 지상은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이라는 취지로 덕수궁, 성공회성당 등 주변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탁 트인 역사문화광장이 조성된다. 지하에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들어서며, 지하보행로를 통해 시청역, 시민청과 바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시는 12일(수) 착공식을 열고 본격 조성에 들어간다.
▲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 지상부 : 자료 서울시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이었던 덕안궁으로 사용되다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당시 '조선체신사업회관')를 건립하면서 덕수궁, 성공회성당과 서울광장을 연결하는 경관축이 막히게 됐다. 시는 이번 조성사업을 통해 역사적 장소성과 경관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지하부는 '17년 9월~11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SIBAU)' 공간으로 사용하다가 '18년 6월 준공되면 '서울도시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는 '대한제국의 길'을 대한제국 국장(國章)을 활용한 바닥돌 표시를 따라 걸으며 정동의 대표 역사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연 400만 명 이상이 찾는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트레일(Freedom Trail)' 같은 대표적인 역사탐방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제국의 길'을 정동의 역사재생과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으로 삼아 대한제국 시기 복장 체험, 유‧청소년 역사교육캠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추진할 예정이다. 또, 증강현실을 이용한 앱을 개발해 길 안내는 물론, '운교' 등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옛 유적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둘째, 역사명소전략은 ▴대한제국 역사 재현 ▴'10월은 정동의 달' 축제 ▴야간경관 관광자원화 등으로 추진된다. 정동 일대 주민, 학교, 기업, 종교단체 등 30여 개 지역 주체들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공공과 함께 실행해나간다.
대한제국 선포일 당시 고종이 환구대제를 지내기 위해 환구단까지 가는 출궁행사였던 '어가행렬', 환구단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는 의식이었던 '환구대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이뤄졌던 '신식군사도열'을 재현해 선보이고, 대한제국 국장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한다.
대한제국 선포일(1897.10.12.)을 기념해 매년 10월 한 달간 '10월은 정동의 달' 축제를 개최,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첫해인 올해는 정동야행, 대한민국 커피축제 등 4개 축제가 열린다. 또, 정동의 야경을 대한제국의 역사유산으로 새롭게 가꾸어 야경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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