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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조명] 영화 ‘암살자(들)’이 다시 꺼낸 1974년 8월 15일…육영수 피격 사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혹인가

  • 노영윤 기자
  • 입력 2026.09.2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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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년 전 사건 스크린에서 다시 소환…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 돌파
  • 2005년 MBC 탐사보도가 제기했던 총성·탄환·경호 문제도 다시 주목
  • “역사적 의문 제기”인가 “역사 왜곡”인가…영화를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 제29주년 광복절 기념식 도중 총성이 울렸고,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반세기가 넘은 지금,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대중의 관심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지난 9월 23일 개봉하면서다. 

 

영화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이 형사,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이민호가 신입 기자를 연기한다. 

 

영화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추석 연휴인 24~27일에는 약 140만 7천 명을 동원했다. 

 

26일에는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흥행보다 더 뜨거운 것은 영화가 다시 던진 질문이다.

 

“1974년 그날, 우리는 사건의 전모를 모두 알고 있는가.”

 

<공식 수사 결론과 영화가 던진 질문>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취지로 사건을 결론지었다. 

 

영화는 이 공식 결론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하는 대신 기자와 형사가 사건을 추적하면서 다른 가능성과 의문을 마주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택했다.

 

특히 일부 등장인물이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 등을 가설로 제기하면서 영화는 개봉 직후 ‘역사적 의문 제기’와 ‘역사 왜곡’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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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B한국방송]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 제29주년 광복절 기념식 도중 총성이 울렸고,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반세기가 넘은 지금,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대중의 관심 한가운데로 들어왔다.=KJB만평 AI 편집

 

<21년 전 MBC도 이 사건을 다시 추적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러한 의문이 2026년 영화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5년 MBC 탐사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역시 이 사건을 다시 다루면서 당시 수사와 현장 상황을 둘러싼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사용자가 제시한 해당 방송 정리본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당시 녹음자료의 총성 간격, 현장에서 확보된 탄환과 탄도 감정 문제, 경호 체계의 허점, 정보기관이 사건 전후 확보했던 정보 등을 추적했다.

 

특히 음향 분석과 관련해서는 짧은 시간에 여러 총성이 집중됐다는 분석을 근거로 문세광 이외의 총격 가능성을 검토했고, 육영수 여사를 피격한 탄환의 정확한 경로와 증거물 관리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당시 MBC 프로그램이 제기한 분석과 의혹이지, 사법적으로 새롭게 확정된 사건의 결론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총성은 몇 발이었고, 결정적 탄환은 어디로 갔나>

이 사건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결국 탄도와 총성이다.

 

누가 어느 위치에서 몇 발을 발사했는지, 어떤 총탄이 육영수 여사를 피격했는지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핵심적인 물증이기 때문이다.


2005년 방송에서 제기된 음향 분석과 탄환 관련 의문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관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당시 방송에서 제시된 분석만으로 제3의 총격자나 권력기관 개입을 역사적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바로 이 ‘확인된 사실과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 사이의 공간’이 영화 ‘암살자(들)’이 파고든 지점이다.

 

<경호 실패는 왜 일어났나>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이 참석한 광복절 기념식장에 무기를 소지한 인물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사용자가 제시한 2005년 방송 정리에는 문세광의 행사장 진입 과정과 당시 경호원의 배치 및 대응 등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이 제기돼 있다.

 

설령 문세광 단독범행이라는 당시 수사 결과를 전제로 하더라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국가 행사에서 무장한 공격자가 실제 총격을 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당시 경호 체계에 중대한 실패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건의 배후 논쟁과 별개로 경호 실패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사건 직후 증거가 어떤 절차로 수집·보존됐는지를 검증하는 문제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암살자(들)’ 개봉 후 다시 불붙은 역사왜곡 논쟁>

영화가 개봉하면서 논쟁은 영화계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영화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해당 정치인들의 주장이다. 

 

반면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작품의 목적이 감춰진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데 있지 않았으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영화 역시 특정 배후를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는 방식보다는 등장인물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지금의 논쟁은 크게 두 갈래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어디까지 상상력을 허용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국가의 공식 수사 결과에 남아 있는 의문을 문화예술이 다시 질문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문제다.

 

<52년이 지나도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1974년 사건 이후 31년이 지난 2005년 MBC는 탐사보도를 통해 다시 질문했다.

 

그리고 다시 21년이 흐른 2026년, 영화 ‘암살자(들)’이 같은 사건을 극장으로 불러냈다.

 

두 작품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하나는 과거 사건을 취재하고 검증하려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극영화다.

 

따라서 영화의 장면을 역사적 증거로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반대로 영화가 던진 질문 자체를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의미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을 구분하면서 당시 수사기록, 탄도감정 자료, 의료기록, 경호 관련 기록 등 검증 가능한 1차 자료를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다.


<KJB한국방송의 시선>

영화 ‘암살자(들)’이 52년 전 사건의 ‘정답’을 제시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2005년 MBC 탐사보도가 제기했던 여러 의문 역시 그 자체로 새로운 역사적 결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2005년의 탐사보도와 2026년의 영화가 세대를 넘어 같은 사건을 다시 불러냈다는 사실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국가적 사건에 대한 신뢰는 의혹을 금지함으로써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남아 있는 기록과 증거를 계속 검증함으로써 만들어지는가.

 

52년이 흐른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정치적 결론을 먼저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은 사실대로, 제기된 의혹은 의혹대로 명확히 구분해 기록하고 검증하는 작업일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1974년 8월 15일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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