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오늘 결정했습니다. 탄핵은 헌법의 규정으로 보아도, 국민의 판단으로 보아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탄핵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한겨울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드셨거나, 가정에서 일터에서 나라의 현실에 분노하시며 조국이 바로서기를 염원하셨던 국민 여러분의 애국심에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시며 태극기를 드셨던 국민 여러분의 생각도 이해합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 사태는 독립 70년을 넘긴 대한민국 상층부의 추악하고 취약한 내면을 충격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정치권력은 무능한 집권자와 부도덕한 주변사람들에게 사유화되고, 고삐 풀린 권력은 절제를 잃은 경제와 유착해 끝없는 탐욕을 나누어 채우며, 대학 문화 예술 체육 의료 등 탐욕의 충족에 동원할 만한 모든 분야를 마치 거친 범죄극의 소품처럼 멋대로 다루었습니다. 그런 방자한 국가유린이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행됐는데도, 그것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정치와 검찰과 언론은 침묵하거나 방조했습니다.
이번 탄핵이 대한민국에 내린 명령은 자명합니다. 최고권력 내부를 비롯한 정치 경제 검찰 교육 문화 예술 체육 의료 등 대한민국 상층부 전반의 제도적 관행적 적폐를 전면적으로 청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제도와 문화를 심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적폐청산과 국가개조를 통해 이번 같은 국가적 치욕을 다시는 겪지 않을 당당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탄탄하게 건설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탄핵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그 내부의 뿌리 깊은 갈등을 날카롭게 노출하며 극도로 증폭시켰습니다. 그 갈등의 관리는 국가가 당면한 중대과제의 하나가 됐습니다. 차기 정부도 그 짐을 당연히 짊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갈등의 관리는 정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의 성숙한 애국심으로 지금의 갈등을 딛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건설해야 합니다.
탄핵에 찬성하신 국민도, 반대하신 국민도 각자의 애국심에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그런 여러 각도의 애국심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안하셨을 것입니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고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에 대한 최고, 최종의 수호기관이 제시한 판단에는 승복하는 것이 당연한 애국심입니다. 그것은 매우 기본적인, 그러면서도 성숙한 애국심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하고도 성숙한 애국심을 발휘하시도록 호소 드립니다.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와 국민통합은 차기 정부의 가장 시급하고,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그 과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할 정부를 선택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전남도민을 포함한 호남인은 역사의 고비마다 늘 옳은 길에 먼저 서서, 국가의 진로를 정의로운 방향으로 견인해 왔습니다. 이번 탄핵의 과정에서도 우리 호남인은 혼돈과 수치의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가장 먼저, 가장 분명히 제시했습니다. 그처럼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닌 우리 호남인은 지금의 역사적 기로에서도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와 국민통합이라는 대한민국의 운명적 진로를 가장 확실히, 가장 강력히 선도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도 저의 책임을 다하면서, 이 역사적 장도를 함께 가겠습니다.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와 국민통합의 길에는 계층과 세대와 지역이 따로일 수 없습니다. 탄핵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그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느냐를 뛰어넘어, 이제는 적폐청산과 국가개조와 국민통합에 모두 함께 나서십시다. 이것은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고통과 혼란을 겪은 대한민국이 이제부터 가야 할 숙명의 길입니다. 함께 가십시다.
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3. 10.
전남지사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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